지금쯤이면 급한 일을 마무리하고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줄로만 알았으나, 혹시나 역시나, 이번에도 아니었다! 워낙 기일이 바쁜 일을 냉큼 받았던 게 애초에 문제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매일 먼 거리를 출퇴근하자니 영 고달픈 섬사람이 프로젝트 단위의 일을 거절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달간 자료를 찾고, 조사원을 관리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정리하고, 정책 제언을 작성하며 밤을 꼬박 새운 날이 두 번. 매일 3시 반쯤 잠이 들면 10시쯤 깨어나는 게 일상이었다.
어쨌거나 이제 정말 끝이다!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마감은 정해져 있으니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다. 일도 마감이 하고, 글도 마감이 쓴다는데 마감이라는 그 친구의 정체를 이번에야 제대로 알았다. 늘 뒤를 바짝 쫓으며 맥박을 높이는 원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내 손을 비워주는 친구였다. 마감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머릿속에서 바삐 부딪는 글자의 분자를 하나의 덩어리로 뭉치지 못한 채 밤을 지새웠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