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4일 일요일
인간은 무언가를 먹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누구도 생존의 목적으로만 음식을 먹지는 않는다. '맛있음' 또한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맛있음'은 무엇일까?
농업과 독일 역사를 연구하는 철학자 후지하라 다쓰시의 《먹는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을 읽고 생각해본다. 저자는 수업이나 강연을 시작할때면 학생과 청장자들에게 '지금까지 먹은 것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고 한다.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치킨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슈퍼도 찾기 힘든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치킨은, 명절에만 먹을 수 있는 그리고 치킨을 들고 집에 온 아빠를 만날 수 있는 아주 귀한 음식이고 귀한 시간이었다. 특히, 식지 않은, 따뜻한 치킨은 더욱 귀했다. 고등학생이 되고, 도시로 나와 처음 했던 아르바이트로 받은 첫 급여로 치킨을 샀다. 따뜻한 치킨을 먹을 때의 그 느낌은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
살아오면서 분명 치킨보다 더 맛있고 비싼 음식도 분명히 먹었을텐데, 나는 왜 주저없이 치킨을 말했던걸까.
저자는 그동안 사람들에게 들었던 답변 중에 '나 혼자 먹은 음식'을 말하는 이는 아주 소수였다고 한다.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먹은 음식, 그러면서도 특정한 상황을 동반했을 때 경험한 음식을 말한다고 한다. 할머니의 시골 밥상, 가족과의 외식, 여행지에서 먹은 음식, 고된 훈련 후 먹은 음식 등의 답변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음식의 맛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음식의 맛이 강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갑자기, 또, 망상이 떠오른다. 그 음식의 어떤 재료, 영양분, 조리 방법 등에 따른 영양소를 혀가, 신경이, 뇌가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해 맛을 느끼는게 아니라 맛 또한 망상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불쑥 떠오른다.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이 그래서 있는 것이고 낯선 음식을 거부하는 마음도 그래서 생겨나는 것일테다. 결국 망상인가.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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