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3일 토요일
"당신은 일자리가 아니다." 이건 무슨 말일까?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읽다가 이 문장에서 멈칫한다. 당신은, 그러니까 나는 일자리가 아니라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일자리를 잃고 구직 활동을 2년 째 하고 있다. 당장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지금의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예민하고 초조하다. 아내와의 관계도 나빠졌다. 아내의 권유로, 아니 절박한 부탁으로 부부 상담을 하고 있다. 그 말은 부부 상담 중에 상담사가 주인공에게 한 말이다. 주인공도 나처럼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상담사는 이렇게 덧붙인다. "직장을 잃으면 그들은 마치 스스로를 상실해버린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존재 가치의 상실,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해버렸다는 좌절감 말입니다. 그렇게 자학이 시작되는 겁니다."
일기를 쓰는 도중에 얼마 전 읽었던 《멘탈 아츠》의 내용이 떠오른다. 상담사가 하고 싶었던 말이 '망상'이었던 걸까? 존재 가치의 상실도, 좌절감도 내가 만들어 낸 '망상'이고 심지어 그 '망상'은 나를 일자리와 동일시하기까지 한다는 걸까? 하지만 곧장 주인공과 같은 모양의 반발심이 나에게도 일어난다. 주인공은 이렇게 말을 받는다.
"그들은 내게서 융자를 갚을 능력, 아이들을 돌볼 능력, 아내와 좋은 시간을 보낼 여유를 앗아갔습니다. 직장은 직장일 뿐입니다. 직장은 내가 아니라고요."
직장이, 일자리가 어떻게 '나'가 될 수 있겠나. 당연하지 않나. 하지만 곧장 내가 하는 말들이 변명거리로, 억지 부리고 있다고 느껴진다. 역시나 《멘탈 아츠》의 내용처럼 '나로 인해 주변이 피해 받고 있음'의 망상 속이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여전히 통장 잔고는 망상이 아니라 현실이라 주장하고 싶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니, 애초에 나는 '무엇'이 아니다,는 말은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일까? '무엇'이 아닌 내가 있을 수 있는 걸까? 미궁에 빠져버렸다.

에그
창조
2026년 1월 27일 화요일인간은 무언가를 만드는데 열과 성을 다한다. 인류는 그동안 많은 것들을 만들어왔다. 그 창조의 정점은 아마도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19세기에 메리 셸리는 시체들로 괴물을 만들어냈고 지금 21세기는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드는 데 많은 열정을 바치고 있다…
관계의 즐거움
2026년 1월 20일 화요일사람을 대하는 건 어렵다.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 수는 없어서인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사람을 대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어렵게 느끼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나의 망상 때문일테다. 그건 결국 노력하면 괜찮아진다는 …
믿음
2026년 1월 17일 토요일믿는다는 건 어떤걸까? 사전에서 믿음을 찾아보면 첫 번째로 나오는 해설은 "어떤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이다. 이런 해설을 만나면 당황스러운데, 믿음을 알고 싶은데 해설로 믿음을 쓰면 어떻게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머릿속에서 단번에 '…
녹턴
2026년 1월 13일 화요일세상에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할 수 있을까. 매일매일은 매일매일 변하고 지구의 모든 물체, 땅도 바다도 하늘도 모두 매순간 변하고 태양도 은하도 우주도 끊임없이 변한다. 아이들은 자라며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어른들은 하루가 다르게 입장을 바꾸어 말하…
두고 온 여름
2026년 1월 10일 토요일사람은 누구나 무언가를 두고 온다. 사람은 결코 무언가를 다 가져오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나보다. 남겨 두는 무언가가 아쉬워서일까, 남겨두고 가야만 하는 내가 아쉬워서일까. 남겨두어야만 하는 무언가를 그림자로나마 사진에다 담곤 한다.성해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