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9일 월요일
'자긍심'이 도대체 뭔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이연숙, 남웅의 《퀴어 미술 대담》은 예술비평을 하는 두 사람의 대담을 엮어낸 책이다. 많은 말들 중에서 남웅 비평가의 한 물음이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붙잡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프라이드를 이야기하는데, 정작 자긍심을 지지하는 조건이 어떻게 자긍심을 망가뜨리거나 자긍심의 프레임을 만드는가."
언뜻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참을 들여다보는데 그제야 보인다. "자긍심을 표현할 때 사회의 기성 질서나 통념과 어느 정도까지 합의가 필요한가."라는 말이.
나는 사회의 통념에 어느 정도 들어맞는 정도에서 자긍심을 가져왔던거다. 그리고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그 경계를 탐색하고 자기 검열을 거쳤을 것이다. 그 선을 넘지 않는 한에서의 자긍심을 진심으로 믿고 되돌아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 한 문장이 제대로 읽혀 머릿속에 들어올리가 없었던거다.
퀴어 퍼레이드는 퀴어인들이 양지에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을 긍정하는, 자긍심을 키우는 행위이다. 그들은 자긍심을 갖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 수많은 외침을 들어야 한다. 헤아릴 수 없는 부정 속에서 자긍심을 키우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서로를 지지하며 버티는 이들의 심정을 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자긍심도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이 사회는 분명 뭔가가 잘못된거 아닐까.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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