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9일 월요일
'자긍심'이 도대체 뭔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이연숙, 남웅의 《퀴어 미술 대담》은 예술비평을 하는 두 사람의 대담을 엮어낸 책이다. 많은 말들 중에서 남웅 비평가의 한 물음이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붙잡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프라이드를 이야기하는데, 정작 자긍심을 지지하는 조건이 어떻게 자긍심을 망가뜨리거나 자긍심의 프레임을 만드는가."
언뜻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참을 들여다보는데 그제야 보인다. "자긍심을 표현할 때 사회의 기성 질서나 통념과 어느 정도까지 합의가 필요한가."라는 말이.
나는 사회의 통념에 어느 정도 들어맞는 정도에서 자긍심을 가져왔던거다. 그리고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그 경계를 탐색하고 자기 검열을 거쳤을 것이다. 그 선을 넘지 않는 한에서의 자긍심을 진심으로 믿고 되돌아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 한 문장이 제대로 읽혀 머릿속에 들어올리가 없었던거다.
퀴어 퍼레이드는 퀴어인들이 양지에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을 긍정하는, 자긍심을 키우는 행위이다. 그들은 자긍심을 갖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 수많은 외침을 들어야 한다. 헤아릴 수 없는 부정 속에서 자긍심을 키우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서로를 지지하며 버티는 이들의 심정을 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자긍심도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이 사회는 분명 뭔가가 잘못된거 아닐까.

에그
가차 없는 나의 촉법소녀
2025년 12월 15일 월요일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는 매년 12월, 한 해의 마지막 모임에서 시낭독을 한다. 모두가 마음에 드는 시나 책 속의 한 구절을 준비해 각자의 호흡과 온도로 전달한다. 어떤 시를 소개할까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한 시집이 눈에 들어왔다. 황성희 시인의 …
멘탈 아츠
2025년 12월 24일 수요일인간의 감정 중에서 '화'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심도 많고 궁금한 점도 많다. 그 이유는, 감정들 중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감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를 잘 내는 방법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예전에, 내가 다니는 명상원 원장님께 '화'에 대한…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2025년 12월 22일 월요일세상에는 오렌지만이 과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포도도 파인애플도 과일로 인정하지 않는다. 왜 다른 사람들은 다른 과일도 있다고 말하는지, 왜 자신이 오렌지만을 과일로 믿게 되었는지는 궁금해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 그저 오렌지만이 과일이라는 말만 반복…
맛있음
2026년 1월 4일 일요일인간은 무언가를 먹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누구도 생존의 목적으로만 음식을 먹지는 않는다. '맛있음' 또한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맛있음'은 무엇일까?농업과 독일 역사를 연구하는 철학자 후지하라 다쓰시의 《…
당신은 일자리가 아니다
2026년 1월 3일 토요일"당신은 일자리가 아니다." 이건 무슨 말일까?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읽다가 이 문장에서 멈칫한다. 당신은, 그러니까 나는 일자리가 아니라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이 소설의 주인공은 일자리를 잃고 구직 활동을 2년 째 하고 있다. 당장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