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라지만, 막상 그 상황에 놓이면 마음이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서운하고 불안한 감정이 든다. 몇 달 동안 온힘을 다해 공을 들였던 일이 기대만큼 결과로 돌아오지 않았을 때,
누군가를 붙잡고 땡깡을 부리고 싶어진다. 왜 내 인생만 이렇게 쉽게 풀리지 않느냐고 투덜대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건 아니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3년 이내에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직장인도,
자영업자도 모두 같은 불안 속에 살고 있다는 걸 느낀다.
말하지 않을 뿐, 모두가 자신만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
그래서인지 내 불안함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 불확실한 시간을 함께 건너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위안이 된다.

퐝퐝
타인의 등에 기대던 날
식당에 들어가면 먼저 테이블 간격부터 살펴본다. 어느 순간부터, 외식할 때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이다. 몸이 먼저 편안한 거리를 찾아내는 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의자를 끌 때 옆 테이블과 부딪히진 않을까, 목소리를 조금 낮춰야 할까.이런 걸 신경쓰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한때, 비좁고 …
순간이동
버스 안에서 눈이 자꾸만 감겼다. 하루 종일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였더니피로가 온몸으로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졸다가 창문에 콩하고 머리를 박았는데,아픈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헤드뱅잉하지 않았길 바란다. 눈을 뜨면 다른 곳, 감았다 뜨면 또 다른 곳.창밖 풍경이 점프하듯 바꼈다.몸은…
간절함의 무게
간절히 바라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준다는 곳이 있다고 했다. 그 말에 이끌려 영천 돌할매공원을찾았다. 시골마을 안쪽으로 난 길을 따라 뱅글뱅글 들어갔다. 신년 초도 한참 지난터라 한적할 줄 알았는데,예상과 달리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 향초를 하나씩 사서,조심스럽게 불을 붙였다.은은…
잘 가,새로운 사람에게
책장을 정리하며 당근마켓에 올릴 판매글을 쓰는 내 모습이 유난스러워보였다.에세이, 소설, 만화, 사회과학으로 분류하고또 그 안에서 공통된 주제로 책들을 묶어가며괜히 더 정성을 들였다. 사진과 실제 책의 차이로 실망할 사람이 생기지않게 하려고, 각도와 빛까지 신경쓰며사진을 찍고 있는 나…
하늘색 색종이 하나로
손이 비었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그래서 뭐라도 집중할 거리가 필요했다. 서랍에서 색종이 한 장을 꺼냈다.초등학생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색종이라 기분이 묘했다.뭘 만들까 생각하다 종이학을 만들기로 했다.종이학을 천 마리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했던 기억이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