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친구가 말했다.
“우리 엄마가 햄버거를 좋아하는데, 요즘엔
나 없으면 아예 안 드셔.”
키오스크 사용하는 법이 어렵고, 직원에게 부탁하면
되지만 그것조차 부담스러워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하게 됐다는 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연스럽게 부모님이 떠올랐다.
PC가 갑자기 느려졌을 때, 새로운 앱을 설치하고
설정해야 할 때마다 종종 걸려 오던 전화들.
“이거 왜 안 되지?”
“눌렀는데 화면이 이상해.”
나는 그럴 때마다 설명을 빨리 끝내려 했고,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면 은근히 짜증이 났다.
부모님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말하던 장면도
겹쳐 떠올랐다.
“쿠폰을 공짜로 받아도 사용을 못 하네. 그래도
네가 와서 해 주니까 좋다.”
그 말 속에는 분명 고마움이 담겨 있었는데,
나는 그 마음보다 ‘세세하게 설명이 다 되어있는데,
왜 이렇게 어려워하지?’라는 생각을 먼저 했었다.
말로 뱉지는 않았지만, 퉁명스러운 태도는 분명히
드러났을 것이다.
부모님은 이미 다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친구의 짧은 이야기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내가 사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내게 익숙한 속도와
기준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이 바뀌었다.
부모님의 전화가 번거로운 요청이 아니라,
나를 믿고 도움을 청하는 신호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나이 들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

퐝퐝
타인의 등에 기대던 날
식당에 들어가면 먼저 테이블 간격부터 살펴본다. 외식할 때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이다.몸이 먼저 편안한 거리를 찾아내는 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의자를 끌 때 옆 테이블과 부딪히진 않을까, 목소리를 조금 낮춰야 할까.이런 걸 신경쓰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한때, 비좁고 사람들이 붐비는 공…
순간이동
버스 안에서 눈이 자꾸만 감겼다. 하루 종일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였더니피로가 온몸으로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졸다가 창문에 콩하고 머리를 박았는데,아픈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헤드뱅잉하지 않았길 바란다. 눈을 뜨면 다른 곳, 감았다 뜨면 또 다른 곳.창밖 풍경이 점프하듯 바꼈다.몸은…
간절함의 무게
간절히 바라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준다는 곳이 있다고 했다. 그 말에 이끌려 영천 돌할매공원을찾았다. 시골마을 안쪽으로 난 길을 따라 뱅글뱅글 들어갔다. 신년 초도 한참 지난터라 한적할 줄 알았는데,예상과 달리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 향초를 하나씩 사서,조심스럽게 불을 붙였다.은은…
잘 가,새로운 사람에게
책장을 정리하며 당근마켓에 올릴 판매글을 쓰는 내 모습이 유난스러워보였다.에세이, 소설, 만화, 사회과학으로 분류하고또 그 안에서 공통된 주제로 책들을 묶어가며괜히 더 정성을 들였다. 사진과 실제 책의 차이로 실망할 사람이 생기지않게 하려고, 각도와 빛까지 신경쓰며사진을 찍고 있는 나…
하늘색 색종이 하나로
손이 비었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그래서 뭐라도 집중할 거리가 필요했다. 서랍에서 색종이 한 장을 꺼냈다.초등학생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색종이라 기분이 묘했다.뭘 만들까 생각하다 종이학을 만들기로 했다.종이학을 천 마리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했던 기억이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