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 월요일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는 매년 12월, 한 해의 마지막 모임에서 시낭독을 한다. 모두가 마음에 드는 시나 책 속의 한 구절을 준비해 각자의 호흡과 온도로 전달한다. 어떤 시를 소개할까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한 시집이 눈에 들어왔다. 황성희 시인의 시집 《가차 없는 나의 촉법소녀》였다. 아주 많은 시집이 꽂혀있는 도서관 서가에서 유난히 반짝였다. 집어들고 읽는데, 먼저 골라둔 시집들은 이미 그자리에서 사라졌다. 단번에 마음을 뺐겼다.
<팔만 가지려고 했던 사람>과 <완전하게 빛나는 별> 두 편을 소개했다.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낭독을 마쳤을 때, 눈물이 고여있는 회원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말로 할 수 없는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바닥에 엎질러져 소파와 책장에 스몄다던 시인의 말처럼 그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서로의 반짝임을 응원했다. 서로의 팔을 나누는 밤이 되었다.

에그
의미
2026년 3월 20일 금요일'기호화하지 않으면 의미를 확보할 수 없다'는 말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틀 지어진 규범 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성을 찾는 삶을, 그리고 그것을 찾았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복 가능한 …
행복
2026년 3월 17일 화요일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단, 이 행복한 느낌은 사회 또는 외부와 연결되는 순간 사라진다. TV를 틀면 온갖 광고들이 자신이 보여주는 것을 가지라 말한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그것을 갖지 못한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건 비단 TV뿐…
원청
2026년 3월 11일 수요일삶은 잃어버린 것 투성이다. 누군가의 잘못된 조언으로 평생의 인연을 놓치기도 하고, 이념을 중시하느라 현재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인연을 쫓아 혈연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삶이지 않을까. 나를 나로서, 가족을 가족으로서, 현재를 현재로서 영원불변하길…
김유정
2026년 3월 7일 토요일김유정. 어째서인지 그에게는 높다란 벽이 생겨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어쩌면 교과서에 등장하는 소설가들이 모두 그럴지도 모르겠다.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김유정의 소설집을 손에 들었다. 자의는 아니었다. 요즘 중학생 필독서는 무엇이 있나 찾아보다 김유정의 이름을…
편안함의 습격
2026년 2월 27일 금요일"지금껏 살아오면서 지켜보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 때,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제대로 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요?"책을 읽다 이 문장에 마음이 쓰여 몇 번이나 들여다본다. 사회적으로 성인이라 인정받은지도 이십 년이 다 되어가는데, 돌이켜보아도 나는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