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츠와 서커스

2025. 12. 12by에그

2025년 12월 11일 목요일

오븐 작가의 웹툰 《도나츠와 서커스》를 보다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서커스에서 줄타기를 하는 '후추'는 '도나츠'에게 줄타기를 가르쳐주며 이런 말을 한다.

"줄 위에 올라가면 널 잡아줄 사람은 없어. 반대로 널 잡을 수 있는 사람도 없지. 줄이 흔들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줄을 흔드는 건 너야. 널 흔들 수 있는 사람도 너뿐이고 네가 흔들지 않으면 흔들리지 않아."

내 감정은 정당하다 믿었다. 나는 평온한데 주변인들이 나를 흔드는거라 생각했다. 그 사람만 아니었으면 내가 화낼 일도 없는데, 라는 식이다. 그런데, 줄이 흔들리는게 아니라 내가 줄을 흔드는 거라면, 다른 사람이 화를 돋우는게 아니라 내가 화를 내는 거라면 어떨까. '화'라는게 내 속에 본능처럼 자리하고 있어 어떤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게 아니라, '화'는 이럴때 내야하는 거라고 배워서 의도적으로 표출하는 거라면 어떨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는 왜 화를 낼까. 화가 난다는 건 어떤걸까. 특정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화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그 '당연히'가 아닐 수 있다.

화 냈을때를 떠올려보면, 어쩌면 나는 드러내고 싶었던걸까. 내가 부당한 일을 겪었다고, 일종의 알아달라는 표현이었을까. 그런거라면 한 박자 쉬고 내 느낌과 생각을 차분히 얘기할 수도 있을것 같은데.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워본다. 날 흔들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고 내가 흔들지 않으면 흔들리지 않는다고. 내가 흔들지 않으면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는걸 정말 알아차릴 수 있을때, 웹툰 속 '후추'처럼 자유로울 수 있을까. 

에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