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갑 속 돈이,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게 된다.
매번 물건을 살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질문을 던진다.
이 제품을 사는 것이 누군가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
환경과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좋은 일을 한다고 말하면서도, 내 선택이 실제로 힘이 되고
있는지 늘 궁금하다.
예전에는 가격이 저렴하거나 품질이 좋으면 그냥 샀다.
이제는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는지, 공정무역 인증을 받았는지 자연스럽게 확인한다.
‘내가 쓰는 돈이 어떤 변화를 만들까?’ 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면서다.
경기도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친구의 이야기가
더 깊게 와닿았다. 그 친구는 “좋은 일 하시네요. 대단해요.”
라는 격려를 받으면 감사하지만, 정작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때면 마음 한구석이 시려온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듣는데, 내 마음도 쿵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좋은 일을 하면서도 현실적인 고민과 흔들리는 마음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게 돈이 되는지, 대기업이 따라하면 어떻게 할지”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자신도 고민한다고 했다.
처음엔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사회적 가치에 따라 소비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가치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나는 얼마나 힘이 되어주고 있는가.
선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그들의 선한 시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건,
우리의 선택과 행동일지도 모른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 친구에게,
따뜻한 봄이 찾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퐝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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