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하고 버스를 타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직장 다닐 때는 시간에 쫒겨 차를 운전하고 다니거나 택시를 타고 다녔는데 이제는 버스 노선을 외우는 것도 즐거움이 되었다. 몇번 버스를 타면 어디를 거쳐 어디에 도착한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자극이다. 버스의 차창 밖으로 간판을 하나하나 보는 것도 신선하고 저 집은 장사가 되나 안되나 걱정하는 것도 오지랖의 하나이다. 버스 안에서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행동도 관찰하고 옷차림도 구경하고 가로수의 빛깔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3인칭 관찰자의 시점으로 세상을 구경하기에 달리는 버스는 안성맞춤이다. "환승입니다". "환승입니다". 승객들이 내리면서 찍는 카드에 울려나오는 경쾌한 소리가 버스 안에 울려 퍼진다.

기쁜빛
중등 국어교사로 정년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