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2025. 11. 08by에그

2025년 11월 8일 토요일

인디플러스에서 일주일간 음악영화 기획전을 한다. 그 일환으로 상영된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를 봤다. 재즈 피아니스트 이야기라니, 거기다가 애니메이션이라니 아주아주 큰 기대를 하고 극장에 갔다. 시작부터 쿵쿵 울리는 음악 소리에 '역시 보러 오길 잘했어'라며 속으로 만족하고 있을 때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다.

이야기는 천재 피아니스트 테노리우의 실종 사건을 파헤치고 있다. 공연을 위해 머물렀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그는 왜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만 했을까.

혼란스럽다. 이 영화를 음악영화 기획전에 편성시키다니. 음악이 나온다고해서, 그리고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서 다 음악영화인건 아니다. 이런 의문도 들었다. 혹시 영화관 관계자가 이 영화를 보지 못해서, 그래서 편성한 건 아닐까? 아니면 음악영화라는 포장지를 입혀야만 겨우 상영할 수 있는 어떤 이유가 있었던걸까? 머릿속에서 알 수 없는 음모론이 자라나고 있다.

이 영화가 편성, 상영된 배경은 한 켠에 두고 영화의 핵심 키워드 '국가 주도 테러'에 대해 생각해보자. 국민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국민을 표적삼아 테러를 주도한다. 가능한 일인가?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다.

어째서 '그'였나? 영화에선 계속 반복해 말한다. 그는 정치권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그런데 어째서 그는 표적이 되었나. 어렴풋이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그의 주변엔 음악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음악하는 사람들, 예술하는 사람들은 왜 정치권의 타겟이 되는 경우가 많은가? 이 의문에 떠오르는 한 마디가 있다. 어제 뉴스에서 보았던 성해나 작가의 한 마디, "작가는 시대의 몸살을 함께 앓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기사에 쓰여있었다. 음악하는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예술하는 사람들은 다 그렇지 않을까. 말할 수 밖에 없어 말하는데 말하면 표적이 된다. 입틀막 당하고 끌려나가던 대학생의 모습도 떠오른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괜히 맥주를 한 캔 사다 마신다. 낯선 언어를 폭우처럼 맞아서도 힘들고 자막을 따라가기도 힘들고 내용이 너무 무겁다보니 화려한 색채의 애니메이션이 너무 자극적이다. 피곤하다. 마치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느낌이다.

에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