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한 기타의 혁명가, 에디 반 헤일런 

– 아버지이자 전설로 남다 -

음악을 제대로 듣기 시작하기 전에도, 우리는 이미 여러 곳에서 에디 반 헤일런을 접하고 있었다. 영화 속 짧은 연주,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 눈과 귀를 사로잡는 기타 테크닉, 그리고 그가 직접 제작하고 디자인한 기타 장비들까지—그는 단순한 아티스트를 넘어 문화 전반에 흔적을 남긴 존재였다.

곰곰이 떠올려보면, 내가 처음 반 헤일런의 음악을 접한 것은 영화 《Back to the Future》(백 투 더 퓨처)였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는 나중에 내 음악적 취향과 방향성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게 스크린을 통해 만난 그의 음악은 이후 내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실제로 그를 보게 된 건 2004년 11월 9일, 몬트리올 공연이었다.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라이브였다. 지금 생각해도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켠에는 늘 슬픔이 묻어 있었다. 늘 웃는 얼굴이었지만, 오랜 흡연 🚬 습관으로 암 투병을 이어가던 그는 투어를 할지 말지 고민하다 결국 무대에 올랐고, 안타깝게도 2015년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날 구매했던 투어 티셔츠는 아쉽게도 내 30대 초반 부모님과 잠시 함께 살던 시절에 ‘더럽다’는 이유로 나 모르게 버려졌다. 그와 함께 수많은 밴드 티셔츠와 옷들도 사라졌다. 지금도 생각하면 씁쓸하다. 부모님들께 꼭 부탁드리고 싶다. 자식들의 물건은 묻고 치워주셨으면 한다고 🙏. 이 기억은 나에게 영화 아담 샌들러 주연의 《The Wedding Singer》(웨딩 싱어)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의 전 여자친구가 아무렇지 않게 반 헤일런 티셔츠를 입고 있는 장면에서, 나는 왠지 모르게 깊은 감정이입을 해버렸다.

어쨌든, 이런 사적인 경험들까지 포함해, 돌이켜보면 반 헤일런은 단순히 한 밴드나 한 기타리스트의 이름이 아니라, 80년대 문화의 아이콘 그 자체였다.

🎶 음악적 업적과 유산

반 헤일런은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까지 록 음악을 지배한 밴드였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에디의 기타가 있었다. 밴드 Van Halen의 데뷔 앨범 《Van Halen》(1978)은 ‘Runnin’ with the Devil’, ‘Eruption’, ‘Ain’t Talkin’ ‘bout Love’ 같은 명곡을 남기며, 하드 록과 헤비메탈 사이에서 새로운 사운드를 개척했다.

특히 ‘Eruption’은 기타 솔로의 신화로 불리며, 터핑(tapping) 테크닉을 대중화했다. 양손으로 기타 넥을 두드리며 빠른 속도로 음을 전개하는 이 기술은 후대 기타리스트들에게 혁신 그 자체였다.

그는 록 밴드의 경계를 넘어 마이클 잭슨의 ‘Beat It’ 기타 솔로에도 참여해, 팝과 록의 접점을 만들며 장르적 융합의 아이콘으로도 기억된다.

🔧 기타 테크닉과 장비의 혁명

에디는 기타리스트일 뿐 아니라 기술자이자 실험가였다. 그는 “프랑켄슈타인”이라 불리는 자작 기타를 통해 다양한 픽업, 하드웨어, 바디 조합을 시도했다. 페어링, 스케일 길이, 브리지 등을 바꾸며 자기가 원하는 사운드를 찾기 위해 직접 기타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길 반복했다.

그 결과 그는 EVH 브랜드를 통해 자신만의 장비(앰프, 기타, 이펙터)를 생산하고, 수많은 기타리스트들의 사운드 지침서가 되었다. 그의 기술은 단순히 연주의 영역을 넘어서 악기 제작의 방식까지 바꿨다.

🎬 영화·문화 속의 반 헤일런

에디의 기타 사운드는 단순히 음반 안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영화 《Back to the Future》(1985)에서는 주인공 마티가 미래에서 온 외계인인 척 하며 “Van Halen” 음악을 들려주는 장면이 있다. 에디는 이 장면을 위해 실제로 짧은 기타 연주를 녹음해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에디의 스타일과 태도는 80년대 록 문화의 상징이 되었고, 그의 이름은 밴드 이상의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남았다.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 빠르고 정교한 테크닉, 자유분방한 태도는 록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영웅이었다.

👨‍👦 아버지와 아들 – 울프강 반 헤일런과의 특별한 이야기

울프강은 에디의 아들로 태어나, 자연스럽게 음악 속에서 자랐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스튜디오를 오가며 음악을 접했고, 2006년에는 정식으로 Van Halen 밴드의 베이시스트가 되었다. 아버지와 함께 투어를 돌며 무대를 함께 하는 경험은 그에게 특별한 음악적 교육이자 추억이 되었다.

에디는 아들에게 강압적인 음악 교육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롭게 음악을 접하게 했고, 울프강이 진정으로 원했을 때 그의 여정을 지지해줬다.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이자, 동료이자, 친구였다. 에디는 울프강을 무대 위로 올리는 대신, 스스로 올라설 수 있도록 늘 뒤에서 받쳐주는 존재였다.

💔 아들을 남기고 떠난 아버지, 그리고 울프강의 음악

에디의 죽음은 울프강에게 큰 상실이었다. 그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담아 자신의 프로젝트인 Mammoth WVH를 시작했다. 첫 앨범에서 울프강은 전 악기를 혼자 연주하며, 그 모든 음악을 아버지에게 바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특히 ‘Distance’라는 곡은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존경이 담긴 곡으로, 뮤직비디오에는 울프강의 성장 과정과 에디와의 일상이 담겨 있어 팬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는 말한다:

“아버지는 나의 영웅이었고, 내 최고의 친구였다. 나는 그를 매일 그리워하지만, 그가 내 안에 남아 있다는 걸 느낀다.”

🌟 반 헤일런, 한 세대를 넘어선 영향

에디 반 헤일런은 단순한 기타리스트가 아니다. 그는 연주 기술의 혁명가이자, 록 문화의 선구자이며, 동시에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그의 유산은 울프강을 통해 오늘도 무대 위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울프강의 음악에는 아버지의 정신이 흐르고, 아버지의 기술과 감성은 후대의 기타리스트들에게 여전히 강한 영향을 미친다. 에디 반 헤일런은 떠났지만, 그의 기타 소리, 그의 철학, 그의 따뜻한 미소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 “음악은 나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말하게 해준다. 그리고 울프강, 너는 그 언어를 완벽히 이어가고 있어. 사랑한다.”

– 에디 반 헤일런, 생전 울프강에게

🎸 EVH 추천곡 플레이리스트

1. 밴 헤일런 초기 명곡 (데뷔와 폭발적 등장)

   •   〈Eruption〉 (Van Halen, 1978): 에디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명실상부한 기타 솔로 곡. 두 손 터핑 기법이 전설이 된 순간.

   •   〈Runnin’ with the Devil〉 (Van Halen, 1978) : 데뷔 앨범의 대표곡. 파워풀하면서도 단순명료한 리프가 밴드의 정체성을 보여줌.

   •   〈Ain’t Talkin’ ’bout Love〉 (Van Halen, 1978) : 펑크적인 거침과 하드록의 무게감이 공존하는 곡

2. 80년대 전성기 (MTV 시대의 아이콘)

   •   〈Jump〉 (1984, 1984) : 신스와 기타가 절묘하게 섞인 곡. 록 밴드 사운드가 팝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음을 증명.

   •   〈Panama〉 (1984, 1984) : 드라이브 느낌의 리프와 경쾌한 에너지가 압권. 라이브에서 특히 빛남.

   •   〈Hot for Teacher〉 (1984, 1984) : 드럼과 기타의 폭발적인 조합. 에디 특유의 스윙감 있는 연주가 드러남.

3. 새미 헤이거 시절 (성숙한 멜로디와 사운드 확장)

   •   〈Why Can’t This Be Love〉 (5150, 1986) : 멜로디 중심의 파워 발라드. EVH의 키보드 사용이 두드러짐.

   •   〈Dreams〉 (5150, 1986) : 희망적 메시지와 함께 시원하게 뻗어가는 기타 사운드.

   •   〈Right Now〉 (For Unlawful Carnal Knowledge, 1991) : 시대를 상징하는 메시지 송. 에디의 작곡력이 빛남.

4. 숨겨진 명곡 & 협업

   •   〈Cathedral〉 (Diver Down, 1982) : 기타를 오르간처럼 활용한 실험적 연주곡.

   •   〈Spanish Fly〉 (Van Halen II, 1979) : 어쿠스틱 기타로도 ‘Eruption’ 같은 감각을 선보인 곡.

   •   〈Beat It〉 (Michael Jackson, 1982) : 에디의 폭발적인 기타 솔로가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은 명장면.

남은 이야기.

아들 울프강 반 헤일런의 밴드 Mammoth가 세 번째 정규 앨범 《The End》를 2025년 10월 24일에 발매할 예정이라고 하며  울프강은 이번 앨범에서도 모든 악기 연주와 보컬을 직접 맡았다고 하고 그의 아버지의 자택 스튜디오인 5150에서 녹음을 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선공개된 곡들도 좋아서 기대하는 앨범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