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비가 연이어 내리더니, 간만에 해가 떴다.
조카와 함께 놀이터 근처를 산책했다.
어찌된 영문인지,아스팔트 위에 지렁이 한 마리가
나와있었다. 햇빛에 바짝 말라 비틀어진 모습으로.
내 눈엔 이미 세상을 떠난 생명이었다.
"이모,지렁이가 목이 마른가봐.집에 가서 물 갖고오자"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
"이미 하늘나라 갔어"라고 말하려다
아이의 맑은 눈동자를 보니, 그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않았다.
지렁이를 살짝 들어 사람들 발에 치이지 않게
흙 속에 옮겨두었다.
아이는 조심스레 물을 가져와 한 움큼 부어주었다.
"지렁이가 물 먹고나면 배불러서 쉴 시간이 필요해."
그 말에 마음이 놓였는지,아이는 놀이터로 다시 향했다.
조카의 순수한 마음 덕분에 작은 생명 하나에도
마음을 기울이는 법을 다시 배웠다.
조카는 금세 다른 놀이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나는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세상에 건네는 작은 마음 하나가
누군가의 생명을, 누군가의 하루를 살게 하는지도
모른다고...

퐝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