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5일 토요일
마쓰나가 산조의 [베리에이션 루트]를 읽었다. 베리에이션 루트란, 정해진 등산로가 아닌 곳으로 하는 산행을 말한다. 예쁘게 잘 닦인 등산로가 아닌, 덤불을 헤치고 낙엽에 빠지고 절벽을 타면서 옷도 찢어지고 발목도 다치고 심지어는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경험을 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몸이 회복되고 다시 베리에이션 루트로의 등산을 시도한다. 그는 왜 베리에이션 루트에 빠져드는걸까.
작중 주인공은 영업방침을 변경한 회사에 적응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낸다. 이전 직장에서 지금의 직장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도 쉽지만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살아남기 힘든 현대사회에 살아남으려 애쓰는 직장인의 모습이 그려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조금 무책임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이전 직장에서 주인공은 회사 업무 이외에는 동료들, 직장상사들과 이렇다 할 교류를 하지 않는다. 이전 직장에서 해고되고 직장을 옮길 때는 아내와 상의 한 마디 하지 않는다. 옮긴 직장에서는 동호회 활동을 하지만 그건 이전 직장에서 얻은 교훈(교류를 하지 않은 게 해고의 사유이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아내도 직장이 있고 어린 딸을 아내 혼자 육아에 전념하는 걸 알면서도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심지어 베리에이션 루트로의 등산을 시작하면서는 등산 다녀온 사실 자체를 아내에게 숨기기위해 열심이다.
어쩐지 나는 이런 주인공의 행동들이 모두 무언가에서 도망치기 위한 행동이라 느껴진다. 마치 움직이기는 하되 필수적이지 않는 것에는 전혀 에너지를 쓸 생각이 없는 듯하다. 베리에이션 루트로 다니기 시작한 후에는 다른 등산객들을 마주치는게 어색해지고 사람이 없는 루트가 편하다고까지 한다. 딸은 어느새 자라서 기고 걷기 시작한다. 손이 더 많이 갈 거라는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여기서 그친다. 여전히 육아는 아내 몫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등산 중 사고를 당하게 되면 힘들어질 아내를 생각하며 고민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생각이 그렇게 공감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아내는 남편에게 어떤 도움을 받을거라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년에 일본에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제껏 내가 접해 온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에 비해 이 작품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면이 있다. 아쿠타가와상은 일본에서 권위가 있는 상이지만 마땅한 작품이 없으면 수상을 하지 않기도 한다. 올해 2025년에도 수상작이 없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작품이 어떻게 수상을 했는지 의아하다.

에그
도나츠와 서커스
2025년 12월 11일 목요일오븐 작가의 웹툰 《도나츠와 서커스》를 보다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서커스에서 줄타기를 하는 '후추'는 '도나츠'에게 줄타기를 가르쳐주며 이런 말을 한다."줄 위에 올라가면 널 잡아줄 사람은 없어. 반대로 널 잡을 수 있는 사람도 없지. 줄이 흔들린다…
호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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