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상을 보다

2025. 10. 23by퐝퐝
포스텍 미래지성아카데미에서 주최한 강연에 다녀왔다. 큰주제는 ‘별유천지’. 제목처럼 이번 강연은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열어주었다. 강연자는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로 유명한 만화가 이원복 선생님이었다.

무려 여든의 나이에도 세계의 흐름을 꿰뚫고 시대를 바라보는 식견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1975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는 선생님은 당시 머물던 기숙사에 37개국 학생이 함께 있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유럽 학생들이 신성 로마 제국이나 오스만 제국과 같은 과거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로 삼는 것을 보며 놀랐다고 했다. 그 경험이 『먼나라 이웃나라』를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만화로 풀어내 한국인들에게 세계의 다양성을 알려주고, 나아가 한국을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는 선생님의 말이 참 인상 깊었다.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마웠다. 한국인이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 역사의 특징을 새롭게 깨닫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한국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식민지로 삼지 않은, 비교적 평화로운 역사를 가진 나라라는 점이 새삼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강연 후반부에서 이원복 선생님은 기술은 발전하지만 정치가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말씀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법관 수 증원, 법 개정, 복지제도의 확대 같은 현안들을 예로 들며, 선진국들의 과도한 복지정책이 재정난을 초래한 사례를 경고하셨다. 나눠주는 정책이 결국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그의 우려는 현실적이면서도 뼈아픈 지적이었다.

강연장을 나서며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무력감도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조금은 넓힐 수 있었다는 감사함이 남았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이지만, 선생님처럼 세상을 관찰하고 성찰하는 마음만은 잃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퐝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