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 너무 바쁘다 ......
나름 일들을 많이 쳐냈다고 생각했는데도 할 일이 참 많다.
정신 없이 할 일들을 하다 보면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고 시간은 어느새 다음 날을 맞기 직전이다.
하루를 해야 하는 일들로 채우다 보면 하루에게 안녕을 고하기가 참 아쉬워진다.
그 탓에 뭐라도 더 해보고자 침대로 향하는 시간을 늦추게 되는데,
이 사소한 선택이 다음 날을 더 피곤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 하루가 다 가기 전에 무엇이라도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을 애써 끼워 넣고야 말겠노라 결심한다.
그렇게 학기 중에도 꾸역 꾸역 가던 피아노였는데, 레슨 기간이 끝나고 재등록의 순간이 왔다.
참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하지 않기로 했다. 모순되게도 ..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
아쉽기도 했지만 막상 그만두고 나니 시간이 아주 조금은 더 여유가 생기긴 했더라는 것.
지금은 대학생들의 다크서클이 짙어지는 시험 기간의 하이라이트다.
나는 시험이 없는 수업들 위주로 들어왔어서 시험 준비를 하는 이 기간이 너무나도 낯설다.
당장 내일도 시험이 두 개나 있지만 에라 모르겠다 - 그냥 자버리고 싶다가도
내일 시험을 치는 순간에는 오늘의 이 시간이 참 귀하게 느껴질 것이라는 확신에
따뜻한 차를 준비해 또다시 책상으로 돌아왔다.
오늘의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은 이 감정 일기를 쓰는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마련인 시험 전 날 밤이지만서도 이렇게라도 내 시간을 보내야
또 오늘 밤을 깨어있을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추측에서 내린 결론이다.
그렇게 감정 일기를 쓰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다 보니
새삼 또 새로운 사실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나는 차 마시는 시간을 정말 좋아한다.
오늘은 어떤 차를 마실까 고민하다 지금에 맞는 차를 고르는 찰나의 시간
컵에 따뜻한 물을 받고 차가 우러나기를 기다리는 시간
차를 마시지 않으면 일상 속에서 마주하기 어려운 향을 느끼고
식도를 따라 넘어가는 온기를 즐기는 것이 참 좋다.
아 --- 좋다 !
바쁘다 바빠 - 그럼에도 좋다 !
그런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

보미겨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