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의 의지가 이토록 투철해질
수 있을 거라 감히 상상도 못 했다. 아이의 지나간 어제를 붙잡으며 정작 펄펄 뛰는 오늘은 놓치는 일상을
살아간다. 떼쓰는 아이와 종일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눈은 시계에 고정.
빨리 씻기고 줌에 접속한 다음 저녁을 먹여야 한다. 의식이 온전한 모든 순간이 일에 저당
잡혀 있다. "엄마 나 좀 봐줘!"아이의
절규에 정신이 든다. 이 몰캉한 볼에 마구 뽀뽀를 퍼부을 수 있는 시간도, 빠진 앞니 사이로 덧셈 뺄셈을 '덥석뺄석'이라고 부르는 오늘의 아이와 매일 이별한다.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 남편이 있는 지역으로 이주했다. 돌아갈 다리도 보이지 않는 먼 곳에 가서야 깨달았다. 아이의 인생이 오롯이 자기 몫이 되려면 나에겐 일이 필요하다. 너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거라고. 아이에게 읍소하는 날이 늘어갔다. 애석하게도 나의 쓸모는 여전히 서울에서만 기능했다. 수시로 사라지는 엄마가 익숙해진 아이는 며칠 사이에 낯선 표정으로 나를 맞는다. 애타게 그리웠던 그 볼을 씰룩이며 "엄마가 제일 좋아"라는 대답을 받아 낼 때까지 나는 숨이 막히도록 아이를 끌어안는다.
왜 그렇게까지 힘들게 사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이를 떠올리며
읊조린다. 버텨야 한다고. 그러나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버겁다. 깜냥도 안 되면서 책임은 다하려니 숨이 가쁘다. 어디까지가
내 역할일까. 그 어느 세계에도 안착하지 못한 채 부유물질처럼 떠다니면서 늘 바쁘다는 핑계를 댔다. 그러나 모래시계의 바닥이 보인다. 아이가 엄마의 곁에 기꺼이 머물러
주기를, 온몸으로 놀아주기를 갈구하는 세상의 문이 곧 닫힐 것이다. 내
인생을 통째로 바꾸게 만든 존재. 그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가 나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게임의 룰은 하나. 이 영원한 짝사랑을
멈출 수 없다는 것. 언제까지나.

youme
너와 나, 합해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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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통해 비로소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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