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지 오스본의 마지막 무대 Back to beginning 영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많은 후배 뮤지션들이 마지막 공연에 참여했고 오즈본은 여전히 눈빛은 날카롭고, 목소리는 깊은 어둠을 간직한 채였다. 하지만 몸은 전보다 한층 약해져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나는 믿기 힘든 뉴스를 접했다. 오지 오스본, 이 시대의 마지막 록 아이콘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갑작스러운 이별이었고, 마음속 한 켠이 허전했다. 그가 남긴 음악과 삶, 그리고 내게 준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그를 기리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기로 했다. 단지 한 명의 뮤지션을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넘어 인간적으로 존경할 수 있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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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비 메탈의 어둠의 왕자

헤비 메탈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보컬리스트로 데뷔해, “Paranoid”, “Iron Man”, “War Pigs”와 같은 곡을 남기며 헤비 메탈이라는 장르를 창조한 인물 중 하나다.

그러나 내가 처음 접한 오지는 음악보다도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로 더 유명했다. 박쥐를 물어뜯었다는 전설, 무대 위에서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 광기의 프론트맨.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시기였기에 그의 실체에 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고, 오지는 내게 공포와 신비로 뒤덮인 상징처럼 느껴졌다.

그런 오지 오스본이 2002년, MTV 리얼리티 쇼 《The Osbournes》에 등장했다. 쇼는 충격이었다.

그는 더 이상 괴상한 전설 속 인물이 아니었다. 말투는 느릿하고, 행동은 엉뚱하며, 가족들과 다투기도 하지만 언제나 정이 넘치는, 그런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익숙한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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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Osbournes》가 보여준 인간 오지

《The Osbournes》는 오지와 그의 아내 샤론, 자녀 켈리와 잭의 일상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막내딸 에이미는 카메라 출연을 거부했지만, 나머지 가족은 매회 시트콤 같은 일상을 보여주며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 속의 오지는 거친 외모와 달리 항상 가족의 중심에 있었고, 말도 안 되는 사건들 속에서도 결국엔 아이들을 감싸 안는 아버지였다.

내가 그에게 받은 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무대 위에서 “전설”이었던 오지는, 무대 밖에서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가장이었다. 오지의 그런 모습은 단지 재미를 넘어서, 음악 너머에 있는 한 사람의 인생과 진심을 들여다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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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블랙 사바스의 인연

사실 오지 오스본과 나의 인연은 그보다 오래되었다. 고등학생 시절, 스쿨밴드에서 첫 합주곡으로 블랙 사바스의 “Paranoid”를 선택했었다. 당시 이 곡은 우리에게 ‘락 밴드’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 그 자체였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리프, 그리고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 무대에서 이 곡을 연주하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내게 오지는 처음에는 음악으로, 그 다음엔 ‘사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그 둘 모두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진짜 전설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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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몰랐던 오지의 따뜻한 면모

음악 외적으로도 오지는 동료 뮤지션과 스태프들에게 너그러웠고, 특히 젊은 아티스트들을 키우는 데 열정적이었다. 그가 직접 만든 음악 페스티벌 《Ozzfest》는 수많은 신인 밴드들에게 성장의 무대를 제공했고, 많은 밴드들이 여기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또한 아내 샤론과의 관계는 유명하다. 샤론은 오지의 매니저이자 인생의 파트너로서, 그가 약물 중독과 정신적 위기를 겪을 때마다 그를 곁에서 지켰다. 오지 역시 수차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내 삶의 가장 큰 행운은 샤론을 만난 것”이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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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 오스본과 블랙 사바스를 이해하는 추천 곡

오지의 음악 세계는 그의 삶만큼이나 극적이다. 아래 곡들을 통해 그의 다양한 면모를 함께 느껴보자.

▪️ Black Sabbath 시절

1. Paranoid –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 스쿨밴드들의 교과서

2. Iron Man – 묵직한 리프와 오지의 음색이 돋보이는 곡

3. War Pigs –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명곡

4. N.I.B. – 베이스 인트로가 인상적인 초기 명곡

▪️ 솔로 시절

5. Crazy Train – 오지의 솔로 활동을 대표하는 곡

6. Mr. Crowley – 고딕적 분위기와 키보드가 매력적인 곡

7. Mama, I’m Coming Home – 감성적인 발라드, 가족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곡

8. Dreamer – “오지판 Imagine”으로 불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곡

9. No More Tears – 드라마틱한 전개와 록 사운드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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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로서, 한 인간으로서

이제는 나도 한 아이의 아버지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The Osbournes》 속 오지의 모습이 더욱 깊게 다가온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헤비 메탈의 황제라 부르지만, 그의 가족에게는 언제나 실수도 많고, 엉뚱하지만 결국 따뜻한 아버지였다는 것이 더욱 감동적이다.

오지는 완벽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실수와 고통을 겪었고, 때론 그로 인해 가족과 자신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늘 그 실수에서 무언가를 배우려 했고,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았다. 무대 위의 전설이 아니라, 삶이라는 무대에서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말이다.

나 역시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중요한 건 그 실수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이라고. 그리고 언제나, 인생의 중심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삶이 있어야 한다고.

오지 오스본은 내게 그런 메시지를 주었다. 음악을 넘어, 삶 그 자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