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2025. 08. 04by오자히르
낯선 타지에서 나를 환대해 주는 공간이 있다는 건 큰 위로와 힘이 된다. 그리스 현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던 건 뜻밖에도 요가원 덕분이었다. 혼자 조용히 수련하러 갔을 뿐인데 그리스인 친구와 이집트인 친구가 생겼다. 늘 따뜻한 미소와 진심 어린 환대를 받았다. 호기심 많은 이방인의 질문에 친절히 답해 주고 언어와 문화, 삶의 방식까지 나눠준 다정한 그리스 사람들. 

요가하는 사람은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하다. 자기 사랑과 존중은 자연스레 타인에게로 흘러간다. 그리스어를 잘 모르니 처음 등록하기까지 많이 망설였는데 이집트에서 온 도반이 있어 영어와 그리스어로 함께 수업한다고 한다. 선생님의 “You are not alone.” 말 한마디에 용기가 생겼다. 도반들도 “I love international environment!”라며 처음 보는 아시아 여성을 반겨주었다. 

6년 전 시작한 명상은 엄마로 살아가는 나를 구원해 주었다. 내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는 연습은 나를 다시 숨 쉬게 했다. 모두 비워내고, 나를 정성스레 돌보는 의식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요가를 만나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었다. 요가원에 다녀오면 마음이 고요해졌다. 모든 문제는 스스로 작아졌다.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과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법, 모든 걸 감사로 바꾸어주는 요가의 지혜를 배웠다. 

세상은 나의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세상이 복잡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마음이 복잡한 거였다. 무언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문제라고 여기는 내가 문제였다. 기분이 좋으면 모두 좋아 보이고 피곤하면 모두 귀찮게 느껴지듯, 모든 건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었다. 내 생각과 감정은 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때 해방감을 잊지 못한다. 감정의 원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욕구를 지닌 어린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를 연민으로 바라보는 내가 있었다.  

그래서 나를 친절히 대하기 시작했다. 나를 믿어주고, 나에게 좋은 것을 주며, 나를 좋은 곳에 데려갔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지금은 고요하고 평온하다. 그 어느 때보다 나와의 관계가 좋다. 모든 생각과 감정은 나의 선택이고 두려움도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걸 알게 되니 나답게 살아갈 용기도 생겼다. 

8월 휴가 시즌을 앞두고 7월 마지막 수업 날 요가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남은 내게 말했다. “You are a beautiful soul.” 감동했던 이유는 내가 그런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발견해서였다. 겉모습으로 쉽게 판단하는 세상 속에서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 보이지 않는 걸 보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나이와 직업에 상관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을 만나는 건 매우 귀한 일이다. 

“You are free.” 사바아사나 후 말씀해 주시는 이 문장이 좋다.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 어쩌면 내가 그토록 원하던 건 이게 아니었을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는 습관, 꾸준히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연습은 외부 소음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힘을 길러준다. 모두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고,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매 순간 알아차리면 마음이 평온하다. 나를 고요히 바라보는 시간,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삶의 기술. 요가와 명상을 통해 내가 받은 선물은 나를 제한하던 생각과 감정에서 해방된 자유로움이다. 수련 후 나지막히 들리는 선생님의 다정한 문장처럼. 


오 자히르

sarahbaek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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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히르

번역가

단순한 삶 속에서 지혜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