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 이라는 것

2025. 05. 28by보미겨우리

오늘은 휴식 전문가 김은영 정신의학과 의사 / 교수님의 인터뷰를 보았다.

인터뷰 전반을 훑으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 또 있음에 반가움 마음이 들었다.

인터뷰 중에 교수님의 성장 배경,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4남매인 우리의 엄마는 늘 말한다. '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어찌 단 한 명도 비슷하지를 않니'

이 교수님의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또 다루어 보고 싶고, 오늘은 내 삶을 돌아보려고 한다.

나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가치관을 가진, 이런 형태의 삶을 사는 사람이 되었는가 ?

 

나는 어렸을 때부터 행복과 정신 건강에 참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면 친구들은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차들을 타고 학원으로 떠났고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 다니는 학원이 없었던 덕분에 혼자서 참 많은 경험들을 했다.

 

초등학생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아무렴 학교였다.

학교를 서성이다, 아이들의 수업이 끝났을 뿐, 선생님들은 퇴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담임 선생님을 졸라 학교를 뛰어다니며 물총 놀이를 하기도 했고, 학교 내 병설 유치원 놀이터에서 땅개미를 잡기도 했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독서 통장을 인쇄해주는 것이 좋아 책을 열심히 빌려 읽으며 독서의 재미를 일찍이 깨닫기도 했다.

 

그러다 정착한 곳은 학교 원어민 선생님의 교실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제대로 된 영어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나와 한국어를 모르시는 선생님이 어떻게 소통했나 신기하지만

매일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께 달려가 다음 날 수업 준비를 돕고 영어 교실을 꾸미고 수업에서 진행할 게임 리허설을 해보기도 했다.

한창 영어 사교육에 막대한 돈이 오고가던 그 시기에, 나에게 영어는 친구로서 다가왔고 영어 공포증 무적 부적을 갖게 된 참 특이한 경험이었다.

 

학구열이 심한 동네로 이사오며 한창 주변 친구들이 과열된 사교육과 유학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였다.

나의 일은 아니지만 배치고사 결과에 상관 없이 우리는 같은 중학교를 가는데 왜 친구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기억이 흐려져 인터뷰였나, 뉴스였나, 통계 자료였나 가물가물하지만 대학 전공과 상관 없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우리 아빠가 존경스러웠는데 그런 우리 아빠 마저도 유전자 관련 대학을 나와 아동 심리 석사를 따고는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런 보상이 없는 배치고사 공부, 결국 내 여생과 상관 없는 대학, 왜 지금을 희생 해야해 ? 라는 생각을 했다.

 

성적이 낮은 친구들을 방과후에 따로 모아 진행하던 나머지 수업이 있었는데 나는 늘 원어민 선생님 교실로 달려갔었다.

결국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하게 되었었는데, 그 면담 동안의 담임 선생님의 표정이 여즉 잊혀지지가 않는다.

'나머지 수업 들어야지~' '왜요?' '배치고사 잘 쳐야지~' '못 쳐도 같은 학교 가는데 배치고사를 왜 잘 쳐야하나요?'

'첫 단추를 잘 끼워서 좋은 고등학교 가야지~' '좋은 고등학교 가면 뭐가 좋아요?' '좋은 대학 가야지~'

'대학 전공과 상관 없는 일로 밥벌이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하던데 왜 좋은 대학을 가려고 몇 년을 희생해야해요? 저는 지금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고 싶어요'

그 답변에 담임 선생님은 끝내 웃음을 터뜨렸고 그렇게 면담은 종료되었다. 이후 엄마에게 애가 범상치 않다며 전화가 왔다는 후문이 ...

정말 순수하게 다른 각도에서의 답을 얻기 위한 질문이었으나, 지금 보니 꽤나 당돌한 초등학생이었다.

 

그런데 이 면담은 나의 삶을 완전히 뒤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사회의 흐름과 친구들, 선생님들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고자 면담이 끝나자마자 나는 집으로 달려가 책장을 뒤졌다.

각종 철학, 심리 관련 도서를 꺼내 죄다 읽어나갔고, 부모님이 퇴근하시자 당장 주말에 서점을 갈 것을 약속 받아내고 잠에 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청소년, 심리, 철학, 인생, 행복에 관한 책들로 책장 6칸을 가득 채웠고,

저자들이 대부분 철학과/심리학과를 나왔음을 발견한 나는 이윽고 철학과를 가겠노라 부모님께 선언했더라지.

 

그렇게 읽어댄 책들로부터 내가 내린 나름의 결론들은 이러했다.

인생은 희노애락으로 가득하고, 어떠한 일들은 나의 의지로 결정되지 않으며 심지어 그런 일들이 과반수일 수도 있다.

죽을 용기가 없다면 (???) 어쨌든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데, 기왕 살 거 행복하게 사는 것이 좋다.

불행한 삶을 이끌어간다면 결국 그 누구도 아닌 내 스스로가 힘들 테니 말이다.

인생은 곧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들이 모인 시간들이고, 그 과정 마저도 즐기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것.

 

이 결론을 시작으로 세워진 13살 아이의 가치관은 또 이러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나의 행복을 추구하자.

고민이나 선택의 순간에서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자.


​그런데 놀랍게도 13살의 나로부터 26살의 나는 정확히 또 13년의 같은 시간을 살아내왔는데 

크게 변한 바가 없는 것 같다. 일종의 내 가설 .. ( 가치관 ) 을 갖고 실험하며 ( 삶을 살며 가설대로 선택 )

그 결과를 마주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였을 때 얼추 나는 항상 행복한 축에 드는 사람이 되더라는 것이다.

물론 나의 가치관이 절대적인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나라는 사람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이다.

생각이 굳어지는 것은 위험하고 나는 그런 고집쟁이 할머니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그렇게 나는 삶을 살아감에 있어 고민을 잘 하지 않는 하고 싶은 거 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되었다.

선택의 순간이 오면 백지의 연습장을 꺼내들어 각 선택지의 장단점들을 적었다.

그리고 그 장단점들이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가지는 임의의 값들을 배정하고 총 합을 계산해본 뒤 결정해왔다.

나에게 행복한 인생을 살자는 가치관은 마법의 함수 같았다. y = f(x) ! 나의 f(x)는 행복의 식이었다.

어떠한 x의 상황이 던져져도 f(x)에 집어넣으면 그에 상응하는 y 값 ( 내가 해야할 결정 ) 이 도출되리라는 것

 

나는 정말 행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 행복 중요하지 ~ 아니고 진짜. 진짜 인생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

인생을 살아가며 아무리 많은 문제들이 끼어들어 상황을,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더라도

우리는 결코 잊으면 안 된다. 결국 다 나 행복하자고 이렇게 머리 쓰고 힘들어 하는 것이라는 것을 !

나는 부디 모두가 나름의 행복을 음미하며 삶을 살아가는, 서로의 행복을 응원해주는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아요 :)  ♥

 

 

 

보미겨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