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한 이야기

2025. 05. 27by캥거루



 

우리 아빠는 어디에나 있어.

서울

제주도

베트남

라오스

모로코

그리스

스페인

줄줄이 이어지는 네모난 프레임이

오늘도 아빠를 물어날라 주거든.


우리 아빠는 어디에나 있어.

거울 속

한밤의 천장

지겨운 눈물

어느새 마흔 넘은 곪은 딸

아무리 놓아도 놓아지지 않아서

이제는 낯설어진 칠순 앞둔 아빠 대신

자꾸만 허공에 말을 걸게 되거든.


아빠는 왜 나를 찾지 않아.

아빠는 왜 나를 찾지 않아.

아빠는 왜 나를 찾지 않아.


소식 하나 없는 딸 욕이라도 해야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관심 하나 없나봐.

우리 우리 아빠는 어디에나 있는데

우리 우리 아빠는 어디에도 없어서

아빠의 순례길 한 걸음 한 걸음에

나도 뒤돌아 걸음을 옮긴다.


캥거루

프리랜서

원가족 안의 나를 다시 들여다보며 더 단단한 오늘을 만들어가는 캥거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