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프랑스 또한 한국과 비슷하게 한 달 내내 크고 작은 행사가 가득하다.
5월 1일 노동절(Fête du Travail)을 시작으로, 8일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Victoire 1945), 25일은 어머니의 날,
29일은 예수 승천일(Ascension), 5월 마지막 주 금요일엔 이웃의 날(Fête des Voisins)이 열린다.
여기에 영화인들의 축제인 칸 영화제(Festival de Cannes), 5월 중순부터 열리는 박물관의 밤(La Nuit des Musées)까지.
이 모든 것이 5월의 달력을 꽉 채운다.
이처럼 연휴가 유난히 많은 이달을 프랑스에서는 **‘다리의 달 (le mois des ponts)’**이라 부른다.
‘Faire le pont’는 ‘다리를 놓다’는 뜻으로, 공휴일과 주말 사이의 평일 하루를 휴가로 연결해 긴 연휴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결국 이 표현은 한국의 ‘징검다리 연휴’와 절묘하게 닮아 있다.
서로 멀리 떨어진 두 나라지만,
바쁜 일상 속 작은 여유를 기꺼이 이어 붙이는 그 마음만큼은 꼭 닮아 있다.
얼마전, 동네 친구로부터 ‘이웃의 날’ 파티 초대를 받았다.
프랑스의 이웃의 날은 1999년 파리 17구의 한 주택협회에서 시작된 행사로, 역사는 짧지만 프랑스 특유의 파티 문화와 어우러져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인사를 잘 나누지 않던 이웃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며, 조용히 그러나 따뜻하게 공동체를 회복해 나가는 날.
형식도, 규칙도 없기에 더욱 자유롭고 편안하다.
내가 초대받은 파티는,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우는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모인 자리였다.
어른들은 각자 준비해 온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나누며 수다를 떨고,
아이들은 정원 한켠에서 장난감을 갖고 모여 뛰놀았다.
서로 다른 인종, 종교,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청소부, 공무원, 엔지니어, 호텔리어, 음악가, 주부…
일상에서 만났다면 어쩌면 인연이 없었을 사람들.
하지만, ‘육아’라는 키워드 하나로 우리는 같은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웃을 수 있었다.
· 딸들은 어째서 종일 혼자 삐지고 혼자 우는지,
· 아들들은 왜 그렇게 하루 종일 뛰어다니는지,
· 떼쓰는 아이는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 주말엔 뭘 하며 아이들과 보내야 할지…
이런 이야기들은, 한국에서도 자주 오르내리는 대화 주제들이다.
사는 곳도 모습도 다르지만 부모의 마음은 같다는 걸 새삼 느꼈다.
한국의 육아, 교육 문화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다. 프랑스는 유치원 부터 의무교육으로
만3세 부터 오후4시30분에 하교한다.
여기에 돌봄교실에 신청하게되면 오후6시까지 아이들을 학교에서 봐주는데
이것이 아이들의 방과후 수업을 고민해야 하는 한국의 맞벌이 부모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 이다.
프랑스의 5월은 단순한 연휴의 연속이 아니다.
과거를 기억하고, 예술을 즐기고, 이웃과 연결되며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노동절로 시작해 평화를 기념하고,
신을 떠올리며, 예술을 나누고,
마지막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리를 놓는다.
이처럼 5월은 단순한 달력이 아닌,
작은 쉼표들과 연결고리들로 채워진 삶의 축제였다.
바쁜 일상 속에 문득 찾아온 공백,
그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과 대화, 그리고 따뜻한 연결.
국적도, 언어도, 직업도 달랐지만
우리는 그 순간만큼은 참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올해 5월은,
그저 ‘다리의 달’이 아니라
사람과 시간, 추억과 온기를 잇는 달로
내 마음 깊은 곳에 오래도록 남게 될 것 같다.
프랑스의 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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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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